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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콜드플레이(COLDPLAY)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 2017. 04. 16



1. 2017년 4월 16일, 결정적인 날이 다가왔다. 콜드플레이 콘서트다. 콜드플레이 첫 내한, 바로 그 공연이다! 사실 티켓팅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벌써 시간이 오래 지났다. 전혀 실감이 안 나더라. 공연 전날이 되어서야 '아 진짜로 가는구나.' 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첫 번째는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온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았고, 두 번째는 내가 티켓팅을 안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두 번의 티켓팅에서 모두 광탈했다. 같이 가는 친구가 새언니와 함께 스탠딩 G2, G4석을 겟했다. 물론 현대카드 선예매로 해서 가능했다. 사실 그때도 나는 진짜 믿지 못했다. 처음에 접속조차 되지 않는 하얀 화면을 보면서, 아 역시 이 공연은 못 가는구나, 하고 당연히 포기하고 있었다. 티켓팅을 했던 시기에 일이 바빠 정신이 없기도 했었다.


2. 공연 당일, 친구와 나는 올림픽공원을 갔다. 올림픽 주경기장인데, 우리 둘 다 콜드플레이만 생각하다가 예전에 뮤즈(MUSE)가 내한을 했던 곳으로 온 것이다. 그래서 다시 버스 타고 이동했다. 우선 롯데월드타워에 들려서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쇼핑을 즐겼다. 특히 반디앤루니스에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피자 치킨에 가서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해물 누룽지 파스타, 또 먹고 싶다. 그냥 돈을 많이 써도 행복한 날이었다. 사실 스탠딩에 대한 두려움으로 배를 최대한 많이 채웠다고 봐도 무방했다. 대기하고 하는 그 긴 시간이 감당이 안 됐기 때문에, 살려고 그랬다.


3. 밥을 든든히 먹고 종합운동장역으로 갔다. 사실 밥을 먹은 이후부턴 콜드플레이 이외에는 아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괴로웠다. 떨렸다. 중간중간 벌써 굿즈를 구매해 콜드플레이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우연히 중학교 친구도 만나서 더 얼떨떨했던 상태가 지속됐다. 그런데 야구장 근처를 가 보니 진짜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야구장 관람객이 있어 엄청 붐빌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니 야구는 이미 이른 오후부터 하고 있어서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은 전부 콜드플레이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었다.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굿즈 판매하는 곳도 가 보고 그랬다. 사실 가격 대비 굿즈는 별로더라. 마지막으로 살기 위해 던킨에서 쿨라타로 목을 축이고, 어차피 못 먹을 것 같았지만 미니쉘도 샀다. (생존 식량으로 산 거다.) 그리고 스탠딩 대기하는 곳 위치도 파악하니 본격적으로 두근거렸다.


4. 공연장은 역시 화장실 밀리는 게 제일 힘들다. 스탠딩이 5시부터 입장이라고 해서 순서는 뒷 번호지만 그래도 정시엔 들어가기 위해 서둘렀지만, 역시나 여자 화장실 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5시 좀 넘어서 들어갔다. 친구랑 나는 파랑이 스탠딩 G2, G4 구역이어서, 각자 티켓을 들고 이산가족처럼 울타리를 앞에 두고 대기 시간을 죽였다. 그러던 중 우리랑 비슷해 보이는 남자 2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보니까 진짜 비슷한 번호대에 G2, G4를 나눠 가지고 계신 것이었다. 교환 요청이었다. G2든 G4든 바꿔 준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현금이 없어 G4를 선택했다. (역시 실수였다.) 2만원을 받고 G2를 팔고, 친구와 G4에서 함께 하게 됐다. 사실 콘서트를 혼자 보면 대기 시간도 지루하고 아직 그럴 짬도 안 되서 (혼자 보면 그렇게 많이 즐겁진 않을 것 같아서) 교환을 원하고 있었는데, 마땅히 교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엄청난 행운이었다! 우리랑 되게 비슷해 보여서 더 기분이 좋았다. 도란도란하고 순박해 보였다.


5. 대기 시간은 진짜 미치도록 길었다. 역시 5시부터 입장하는 것은 무리였는지 나랑 친구는 3000번대여서 엄청 기다리고 입장하고 나니 거의 6시 반이 다 됐다. 물도 나눠 주더라. 물 안 사길 잘했다. 그리고 자이로 밴드를 나눠 줬는데, 이게 참 쩔었다. 조명에 맞춰 색이 변하는데 너무 이뻤다. 보기엔 투박해 보였지만, 공연 때 진짜 신기했고, 덕분에 더 열광했다. 아무튼 친구가 먼저 입장했고, 내가 들어가서 연락해서 만났다. 그리고 가운데 쯤 자리를 잡았다. 힘든 대기 시간이었다. 앉아 있기도 애매하고 서 있기도 힘든, 그래도 조금이나마 앉아 있을 수는 있었다.


6. 오프닝 공연은, 누군지 이름도 모르고 갔는데, 나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제스 켄트(Jess Kent)라는 뮤지션이었다. 엄청 긴 대기 시간에 지쳐있었을 때, 갑자기 사람들이 우루루 앞으로 뛰어 나갔다. 너무 깜짝 놀라서 같이 뛰었는데, 압사 당하는 줄 알았다. 정말 딱 7시에 맞춰 시작했다. 이건 진짜 좋았다. 딜레이가 없었다. 빨리 뛰어 나간 덕분에 앞쪽에 섰다. 진짜 짓이겨지는 줄 알았다. 근데 무대가 낮은 건지, 진짜 스탠딩하면서 이렇게 가수 형체도 안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돈이 아까울 정도였고, 심지어는 스크린도 잘 안 보였다. 근데 일단 오프닝 가수가 괜찮았다. 별로라는 얘기를 듣고 갔는데, 웬걸, 엄청 좋았다! 드럼은 특히 걸크러쉬였다. 보컬도 멘트할 때 귀여웠다. 뭔가 모든 장르를 다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사운드가 좀 작아서 아쉬웠다. 소리가 조금 컸으면, 쿵쿵 하는 느낌에 더 파워풀하고 좋았을 듯하다.


7. 콜드플레이를 기다리는데, 사실 오프닝 공연부터 계속 낑겨서 밀쳐지고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앞사람이 키가 너무 커서 위치를 바꿔야 했어서, 엄청 긴장하고 친구랑 붙어 있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바로 떠밀려서 자리를 잡았는데, 진짜 하나도 안 보였다. 근데 진짜 딜레이 없이 척척 공연이 진행됐다. 너무 속상했지만, 오프닝은 화려했다. 너무 밀고 너무 낑겨서, 진짜 오랜 시간 크리스 마틴이라는 보컬의 피사체도 보지 못했다. 그냥 사람 형상이 안 보였다. 근데 처음부터 하나하나 명곡이었기 때문에 투덜거릴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냥 오프닝부터 기가 막혔다. 환상이었다. 조명팀이 특히 열일하는 것 같았다. 화려한 레이저 조명과 불꽃도 파바박. 종이 꽃가루에, 풍선에. 그냥 멋졌다. 영상도 괜찮았고, 이런 게 진짜 공연 예술인가 싶었다.


8. 'Yellow' 라는 곡이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놀랐다. 근데 이유를 바로 납득할 수 있었던 게,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함께 추모하고 공연을 시작하자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곡을 부르던 도중 묵념을 10초 정도 했다. 너무 감동적이었고, 그게 진짜 괜히 울컥하는 감정을 일으켜서 살짝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사실 쭉 달리느라 멘트가 별로 없었지만, 멘트가 있을 때마다, 크리스 마틴은 말을 되게 이쁘게 하더라. 신사 느낌이었다. 언뜻 라이브를 별로 못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니었다. 그냥 폐가 한 5개 정도 있는 것 같았다.. 진짜 쉴 새 없이 계속 계속 명곡을 불러서 내가 숨이 찰 지경이었다. 까치발 들고 보면서 동영상도 찍고 방방 뛰고, 진짜 다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행복했다.


9. 가장 기억나는 곡은 Yellow,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Fix You, Adventure Of A Lifetime, A Sky Full Of Stars, Up&Up... 너무 많다. Yellow 때는 묵념과 자이로 밴드의 노란 불빛이 잊혀지질 않는다.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은 뭔가 콜드플레이 이번 공연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가. 이상하게 Fix You 가 나올 때는 따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슬펐다. 되게 감동적일 줄 알았는데, 그냥 막 슬퍼서 먹먹하더라.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Adventure Of A Lifetime 은 그냥 제일 미쳤던 곡이다. 소리를 막 지르고 방방 뛰면서 손을 계속 흔들었다. Something Just Like This 는 가장 열심히 따라 부른 노래다. 가사를 띄워 줘서 더 좋았다. 아 맞다. 중간에 한국을 위한 자작곡을 불러 주기도 했다. 귀여웠다. 1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 너무 힘들어서 돌출 무대로 사람들 몰려가는데 친구에게 우리는 이번에 뒤로 좀 빠지자고 했다. 그랬더니 웬걸, 뒤에서 보니 더 잘 보이는 거다 세상 속상했다. 공연 시작 이후 처음으로 완전한 콜드플레이를 봤다. 그래도 마지막 30분을 여유 있게 '진짜'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자이로 팔찌도 감상하고, 흩날려서 떨어지는 별 모양 종이 꽃가루도 잡아 보고, 덩실덩실 흔들흔들 노래 부르고 춤추고, 뛰고, 만족스러운 마무리였다. 앵콜은 없었는데, 그냥 앵콜을 바랄 수 없는 엔딩의 끝을 보여 주었기에 아쉽지 않았다.


10. 콜드플레이 내한은 진짜 알찼다. 한국에 또 오겠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지금도 생생하다. 그야말로 '진짜' 콘서트였다.







170416 콜드플레이(COLDPLAY)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셋리스트(Setlist)



O mio babbino caro (Maria Callas song)

1. A Head Full Of Dreams (extended intro with Charlie Chaplin speech)

2. Yellow (paused for 10 seconds of silence to commemorate MV Sewol ferry disaster)

3.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4. The Scientist

5. Birds (with "Oceans" excerpt in intro)

6. Paradise (Tiësto Remix outro)



B-Stage


7. Always In My Head

8. Magic

9. Princess Of China

10. Everglow (single version)



A-Stage


11. Clocks (with "Army of One" excerpt in intro)

12. Midnight (partial)

13. Charlie Brown

14. Hymn For The Weekend

15. Fix You (with "Midnight" excerpt in intro)

16. Viva La Vida

17. Adventure Of A Lifetime



C-Stage


Kaleidoscope (extended)

18. Warning Sign (tour debut; first time live since 2012)

19. In My Place (acoustic; request song)

20. Don't Panic (Will & Jonny on lead vocals, acoustic)

21. City of Seoul (improvised; Chris only)



A-Stage


22. Something Just Like This (The Chainsmokers & Coldplay cover)

23. A Sky Full Of Stars

24. Up&Up (extended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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