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영화리뷰] 빌 콘돈 감독 ::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영화추천/영화리뷰]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2017)
빌 콘돈 감독 / 엠마 왓슨, 댄 스티븐스 출연 / 판타지, 뮤지컬 / 129분 / 미국 / 전체 관람가
1. 미녀와 야수가 개봉했다는 소리는 언뜻 들었지만, 어떤 영화인지, 누가 나오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러 갔습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기도 하고, 어쩌다 갑작스레 보게 된 부분이 있기도 해서, 그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전날 잠을 거의 못 자서 조금 피곤한 상태였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올 땐 정말 행복한 기분으로 나왔어요. 보통 디즈니 영화가 다 그렇지만, 역시 헤피 엔딩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가지고 있던 개인의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상쾌하게 없애 주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뭔가 꿈꾸는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그냥 행복해지고, 더 나아가서 왠지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기분이랄까? 다들 공감하시죠?
2. 영화 티켓을 끊기 전에 네이버에 미녀와 야수를 잠깐 검색했는데, 평점이 너무 높아서 놀랐어요. 보통 관람객 평가가 9점을 넘는 건 진짜 오래된 명작들이나 가능하던데, 믿기지 않겠지만 기자·평론가 평점도 7점대로 정말 높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높아진 기대감을 안고 감상했습니다!
3. 영화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머리에 든 생각은 (1) 이거 뮤지컬 영화였어?! (2) 엠마 왓슨 너무 이쁘다. 벨이랑 너무 잘 어울리네. 이렇게 두 가지였습니다. 아,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노래도 엠마 왓슨이 직접 하는 건가, 하는 호기심이랄까? 모든 걸 다 갖췄는데 노래까지 잘하면, 진짜 너무 멋있지 않습니까.. (사실 어머 어머, 진짜 엠마 왓슨이 부르는 것 같아, 어머, 하면서 완전 호들갑 떨면서 봤습니다.) 그만큼 엠마 왓슨이 마스크도 그렇지만 '벨'이라는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디즈니 작품 미녀와 야수 실사판에 엠마 왓슨이라니, 듣기만 해도 꿀조합인데, 거기에 뮤지컬 영화까지, 무조건 합격입니다.
4. 사실 처음엔 영화 라푼젤 실사판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중력이 조금 흐려졌습니다. 초반에 살짝 지루한 면이 있기도 했습니다. 근데 확실히 야수가 등장하니까 몰입이 잘 됐습니다. 평화롭다가 극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하니, 재미가 더해져 매우 흥미로워졌어요. 물론 중간중간 어색한 흐름이랄까.. 전개가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영화의 장점은 엔딩씬에서 폭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동적이고 행복한 마무리가 상쾌했고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5. 엠마 왓슨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정말 익숙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뭔가 자주 봐서 익숙한데, 그래서 더 즐거운 사람들이 있잖아요. 개스톤과 르푸의 조합이 저한테는 뭔가 그랬습니다. 푸근한 느낌이랄까? 처음 야수가 등장했을 땐 낯설어서 깜짝깜짝 놀랐지만, 갈수록 배우들의 얼굴도 목소리도 너무 편안해서 좋았습니다. (야수를 연기하는 남자 배우의 실제 얼굴은 거의 안 나와서 벌써 까먹고 말았습니다..) 시계 역할로 나온, 영원한 간달프 이안 맥컬런의 등장도 즐거웠습니다! 촛대 르미에도 인상적이었는데, 찾아보니 이완 맥그리거더라구요. 분장 때문에 못 알아봤습니다. 다들 연기가 뛰어났다고 하는데, 저는 뛰어난 걸 넘어서 그냥 모두 너무 자연스러워서, '연기'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진짜' 같았어요.
6. 노래도 좋았고, 무엇보다 CG가 자연스러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무조건 디즈니 찬양합니다! 영상미가 짱이었습니다! 화려한데 재치까지 있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할 정도로 배경 음악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 볼 땐 좋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네요. 원래 뮤지컬 영화를 보면, 꼭 다 보고 나서 대표 멜로디 혹은 가사가 하나둘 기억나지 않나요? 특이하게 미녀와 야수에서 나온 음악은 그냥 좋았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가사도 그렇고, 딱 이거다, 하는 명대사도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I am not a beast." 정도랄까? 영화가 별로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만큼 무난하고 편안한 영화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임팩트가 크질 않고, 전반적으로 평온합니다. 스토리를 알고 보는 영화이기 때문에, 아마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7. 눈에 띄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막이었습니다. 디즈니 영화는 특히 번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동화는 어렵거나 심오한 대사가 많이 나오지 않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문장들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동화나 애니메이이션으로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죠. 들리는 대사가 어느 정도 늘어나면, '아, 이 표현은 이렇게 해석해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조금 생기더라구요. 특히 영화 초반에, 여행 잘 다녀오라는 뜻인 'Bon Voyage!' 를 그냥 넘겼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한 번 자막을 의식하기 시작하니까, 나중에는 조그마한 부분에도 아쉬움이 계속 증폭됐습니다. 집중력은 향상되었지만, 수정했으면 하는 자막도 같이 늘었습니다.
8.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한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엄청 대단할 것 같아!' 라는 마음은 비우고, 꼭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전부 다 올라갈 때까지 마음껏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집중해 주세요. 조금 더 풍부한 표현력과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영어 공부는 덤입니다!)